[파라노이드 인터뷰] 구텐 버즈, “슬플 때 더 슬픈 음악을 듣는 것처럼, 이 음악들이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즐겁게도 들릴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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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9와 10 사이의 새들’이라는 뜻의 단어들을 독일어 발음처럼 엮어내 그룹명으로 정한 구텐 버즈는 2012년 첫 EP 발매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록 밴드다. 그들은 4년만의 정규 1집 [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]을 통해 그런지록의 기반 위에서 블루스 록의 분위기와 때로는 포스트록/프로그레시브적 감성까지 그들의 음악적 표현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.


인터뷰, 정리 김성환


- 먼저 2012년 첫 싱글 ‘You In The Mirror’를 낸 이후 4년 만에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을 내게 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. 

모호: 이렇게 늦게 정규를 발매하게 될 줄은 몰랐다. 멤버 변동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시간이 꽤 걸렸고, 작업 속에서 고생도 많이 했고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이 많았다. 그래도 결과적으로 하나의 온전한 작품을 완성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꽤 안도가 되었다. 


- 모호와 무이는 처음부터 이 밴드를 지켜온 멤버들이다. 두 사람이 처음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.

모호: 무이와 나는 이 밴드 이전에 다른 밴드에서 함께 활동을 했다. 그 밴드가 해체된 이후 함께 다시 밴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2010년 경 처음 이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.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베이시스트 말구를 2011년에 영입했다.


- 첫 번째 베이시스트 말구의 뒤를 이어 2013년 서현이 가입하면서 구텐버즈는 전 멤버가 여성인 록 밴드로 일단 외형상의 변화가 생겼다. 서현은 어떤 계기로 이 밴드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. 

서현: 사실 예전 밴드에서 나온 이후에는 내가 직접 밴드를 조직하고 내가 주도하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. 이후 다른 밴드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었지만, 우연히 술자리에서 모호를 만났고, 내 과거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보았다고 하며 가입을 제의했다.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처음엔 2~3번 거절했다. 그래도 계속 연락이 와서 이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니, 모호의 보컬과 가사가 크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. 그래서 내 음악을 별도로 하더라도 이들과 함께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텐버즈에 가입하게 되었다. 


- 밴드의 음악적 장르에 대해 그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그런지grunge다. 구텐버즈의 음악이 태어나게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밴드들이 그런 계열의 팀들인가.

모호: 픽시즈Pixies. 너바나Nirvana, 푸가지Fugazi 등을 좋아했고, 개인적으로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는 펑크 계열의 음악들도 들었다. 


- ‘탑밴드’에 출연하면서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었고, 첫 EP [팔랑귀](2012)가 그 직후에 나왔다. 4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지금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이 EP를 평가해본다면.

모호: 당시 EP는 우리의 느낌에 충실한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. 하지만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인스트루멘탈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멤버들의 감정도 변화한 것 같기에 지금과는 분명 다른 사운드다. 트리오로서의 음악 그 자체에 충실하게 완성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. 


- 사실 EP속의 음악들이 어느 정도 해당 장르가 보여주는 예상 범위에 있었다면 4년이라는 간극을 두고 나온 이번 정규작은 꼭 구텐버즈를 ‘그런지’에 묶어두는 게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다채로워졌고, 더 무거워졌다. 밴드 스스로는 의도적 변화라 생각하나, 아니면 자연스러운 과정의 결과라 생각하는가.

모호: 어떤 의도라기보다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변화되어갔다고 생각한다. 그 때 그 때 나오는 것에 충실했기 때문이다. 


-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언제 처음 구상되었고, 수록곡들은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. 

모호: 이번 정규 1집 속에는 우리들이 밴드 활동 초반에 만들어 연주했었던 것들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음악이 변화해왔던 과정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. 사실 계획상으로는 더 일찍 완성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작년에 SXSW에 다녀오면서 일정이 밀린 부분도 있었다. 기간으로 따지자면 2012년부터 대략 2~3년간 만들어진 곡들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. 


- 앨범의 타이틀을 ‘우리의 혹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’이라고 단순히 글자그대로 해석하기에는 근래의 지구, 특히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은 너무 황당하고 슬픈 일들 투성이란 생각이 든다. 앨범의 음악들을 만들면서 그런 사건들이 당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.

모호: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. 예를 들어 ‘가나다별곡’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그 슬픔의 상황들에 대해 풀어낸 곡이고, ‘킬빌 혹은 우울한 달’의 경우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들을 계속 듣게 되는 상황이 가사의 모티프가 되었다. 실제로 나는 가사를 쓸 때 주로 주변의 상황을 보고 그 속에서 받는 느낌들을 노랫말로 옮기려고 한다.  


- 앨범의 첫 트랙 ‘어디선가 어딘가에서’는 원래는 가사가 있었던 곡이라고 들었다. 왜 앨범 버전에서는 아예 연주곡으로 녹음해버렸는지 궁금하다. 

모호: 예전에 라이브에서는 가사를 붙여서 노래를 해봤지만, 그 가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. 그래서 한 번 연주만 해보자라고 했는데, 그 결과물이 더 느낌이 왔다. 가사를 들어낸 것 때문에 곡의 구성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다. 


- ‘가나다 별곡’은 노래 가사의 구절의 시작이 ‘가나다라’ 순서에 맞춰 진행된다.

모호: 나름대로 독특하게 가사를 써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는데,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에서 착안한 가사이며, 곡의 박자 또한 3박자라서 우리말의 특징을 살려서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있었다. 


- ‘밤신호’는 타이틀곡답게 대중적으로 접근하기에 용이하게 해주는 느낌의 곡이다. 곡 속에서 잠시 드러나는 모스 부호의 소리들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인가. 

모호: 사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모스 부호를 리듬화한 연주가 나오는데, 그 의미는 ‘Life’를 의미한다. ‘(생명의) 신호를 주겠다.’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곡의 앞-뒤 부분에도 실제 모스 부호의 소리를 집어넣었다. “밤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?”, “다음에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?”라는 궁금증에서 악상이 출발한 곡이다.  

서현: 내 경우에는 ‘밤하늘의 생사의 신호등’이란 가사의 표현처럼, 밤하늘에서 별의 깜빡임이 누군가 (우주에서)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. 생사의 흐름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함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.  

모호: 지구의 밖에서 줌 인이 되어서 세상 속에서 우리보다 작은 것들도 생명이 있고 죽음이 있다는 것을 노래하고 싶었다. 우리 곡들 중에서는 희망적인 부분이 꽤 담긴 곡이라고 생각하는 데, 듣는 분들은 ‘인생의 허무함’을 노래한 것으로 받아들이시더라(웃음). 


- ‘Sailing Out’은 어떤 면에서는 프로그레시브록적인 요소까지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. 노래 속에서 말하는 ‘내가 되기 위한 길(the way to be me)’의 의미를 멤버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뭐라고 정의하고 싶은가.

모호: 내 경우에는 ‘현재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살기’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. 이 곡은 ‘독립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. 개인적으로는 ‘완전한 독립’을 했다고 느낀 지 얼마 되지 않다. 부모나 가족에게서 물리적으로 독립했지만, 마음까지의 독립까지 이뤄내는 것이 그리 쉽진 않기 때문이다. 그런 독립을 이뤄가는 과정이 삶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. 

서현: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, 인간관계는 상대적이고, 나를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다. 그래서 남들이 가진 것들에 대해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, 내 경우에는 그런 생각은 별로 갖고 살지 않았던 것 같다. 삶이라는 건 내가 내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알맞은 순간에 꼭 필요한 어떤 것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. 그 순간은 개인마다 다 다르기에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에 부러워하거나 샘내지 않고 순간순간 내가 가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가진 채 걸어갈 수 있는 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.  


- 각자 연주자로서의 롤 모델이 있다면.

서현: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내 영웅은 어쓰 윈드 엔 파이어Earth Wind & Fire의 베이시스트 버딘 화이트Verdine White다. 그들의 연주를 처음 볼 때부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음악을 행복하게 할까 궁금했는데, 이제 나도 음악을 연주한다는 그 자체를 행복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. 되도록 무대에서 웃으면서 연주하려고 하는 것 역시 그 분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. 

모호: 꼭 연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, 푸가지Fugazi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 이안 맥케이Ian Mackaye와 그가 설립한 디스코드Dischord 레이블이 내겐 롤 모델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. 그의 모습과 활동이 인디 음악가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, 마인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. 


- 멤버들이 생각하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들은. 

모호: ‘Sailing Out’을 꼽겠다. 가장 마지막에 작업된 곡이기도 하고, 가장 심혈을 들였던 작품이었다. 긴 시간 동안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게 개인적인 희망이었기에 그걸 이뤄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. 원래는 10분 넘는 곡을 만들려고 했는데, 그 보다는 좀 줄어들었다. 

서현: ‘밤신호’를 꼽고 싶다. 작업을 하다보면 멤버들이 각각의 역할이 있다. 나는 밴드 안에서는 대중적인 부분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편인데, 이 곡이 처음에 우리 밴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‘문(門)’과 같은 구실을 해줄 트랙이라 생각해서 애착이 간다. 그래서 타이틀곡으로 정할 때 꽤 강하게 밀어부쳤다. 기타 리프나 2절에서의 드럼 연주가 별이 빛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마음에 든다.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들을 음악으로 보여 주고자하는 의도가 잘 반영된 곡이다. 


- 앨범 발표를 기점으로 밴드의 공연도 더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. 멤버들이 느끼는 ‘라이브 무대에서의 즐거움(또는 매력)’이란 무엇일지 궁금하다. 

모호: 사실 개인적으로는 무대공포가 약간 있긴 하다. 그럼에도 세 명의 연주가 합이 맞을 때의 짜릿함이 좋고, 그것이 관객들에도 어떤 스파크처럼 반응이 옴을 느낄 때 가장 기분이 좋다. 

서현: 과거에는 세션이든, 뮤직비디오를 찍든, 타인의 눈에 보이는 액션 등도 신경을 썼다, 그러나 이 밴드에 와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. 그래서 “우리를 어떻게 봐 줘”라는 요구를 굳이 하려고하지 않는 것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다. “우리가 연주를 통해 그리고 있는 것을 함께 보자”에 가깝다고 할까. 그래서 연주하면서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.  


- 2017년에는 시리즈로 공연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. 그 계획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. 

모호: ‘2017년 내내 프로젝트 [텃새35911]’이라고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 공연을 이어 가려고 한다. 여태까지 꾸준히 활동을 했지만,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졌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. 그래서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. 

서현: 9월 10일에 있을 ‘구텐페스타’를 포함해 4번의 공연이 진행되기 전에 싱글을 디지털로 공개하고, 나머지 3번(3월, 5월 ,11월)에서는 한 명을 정해 총괄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맡기면서 흐름을 짜려고 한다.   


- 마지막으로 파라노이드 독자들과 구텐버즈의 음악을 듣게 될 록 팬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. 

모호: 슬플 때 더 슬픈 음악을 듣는 것처럼, 이 음악들이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즐겁게도 들릴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. 어쨌든 들으면 반드시 꽂힐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. 

서현: 개인적으로 이 음반이 완성 된 후 여러 번 감상 했지만, 특히 밤늦게 합주 끝나고 집으로 차를 몰고 갈 때 들었던 게 가장 좋았다. 그래서 되도록 밤늦게 혼자서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. 물론 이번 음반에 쓸쓸하고 아픈 부분이 많이 있긴 하지만, 혼자 있어도 이 음악들을 들으면 그 속에서도 나는 외롭지 않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. 




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

2016 ● Coolluck Music




* 한정된 지면으로 모두 싣지 못했던 구텐 버즈 인터뷰 전문을 게재합니다. 발췌된 인터뷰 내용은 파라노이드 30호 지면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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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RITTEN BY
파라노이드